어제는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Halloween Day"였어요. 해질 무렵이면 아이들이 온통 귀여운 분장을 한 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마을마다 집, 집을 돌며 초콜릿과 과자를 얻어 가지요. 제 아이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점심시간 무렵, 학생들이 아기자기하게 분장한 차림으로 한 줄로 길게 줄을 서서 학교와 동네를 한 바퀴 행진하곤 했지요. 행진이 끝난 후엔 교실마다 작은 파티를 열어 오렌지와 블랙과 흰색으로 만든 카드에 초콜릿을 하나씩 붙여 반 전체 아이들과 함께 서로 교환하며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저는 다른 엄마들과 함께 미리 구어 놓은 컵케익을 가지고 가서 펀치를 일일이 조그만 종이컵에 따라 책상마다 열심히 가져 나르던 기억이 납니다. 두 아이에게는 해마다 새로운 Halloween 옷을 만들어 입혀 해가 지면 마을을 돌곤 했습니다. 아련한 추억이 돼버린 지금, 똑똑 문을 두드리며 "Trick-or-Trick!"을 외치는 아이들의 귀여운 소리에 옛 생각이 나서 살며시 미소 지으며 문을 열고 초콜릿 과자를 나누어 줍니다. 일 년 중, 동네 아이들에게 점수 딸 수 있는 동양 아줌마의 유일한 기회이지요. ^^ 초콜릿 과자는 미리 일주일 전에 Sam's Club에 가서 큰 봉지로 사왔으니까 양은 넉넉했습니다. 과자를 다 나눠주고 나니 왠지 후련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받은 따뜻하고 푸근한 선물을 장성한 후에 아주 조금이나마 되갚는 기분이랄까요....... 아무튼, 기분 좋은 하루였답니다. ^^ 요즘은 모든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글로벌 시대지요. 새삼, 잘 알고 계시겠지만 미국은 워낙 땅덩이가 크다 보니 미시간 주 하나가 한국의 남한 만하고 두세 주를 지난 곳은 비행기로 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물론 차로도 갈 수는 있지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요. 때로는 외국 방문객들께서 미국을 오로지 미국, 한 나라로만 여기고 뉴욕과 워싱턴 LA등을 투어 하는 일을 가볍게 생각하고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은 큰 땅덩이답지 않게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중 교통수단이 잘 발달하여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준비되신 분은 미리 지도와 차 빌리고 돌려주는 일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현명하게 여행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29일, 미국의 동북부에서는 허리케인이 몰아와 큰 피해를 본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피해를 당한 모든 분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래전, 저희가 오하이오 살 적에 큰 오픈 창고에 조그맣게 자리를 얻어 주말이면 제가 좌판을 벌여 모조품 쥬얼리와 가방을 팔았습니다. 주로 물건을 뉴욕의 맨해튼과 시카고의 로렌스에서 사왔는데 격월제로 한 번은 맨해튼에 가서 물건을 사오고 한 번은 로렌스에 가서 물건을 사오곤 했지요. 물론 작은 애는 등에 업고 큰 애는 한 손을 잡은 채입니다. 솔직히 전혀 거창한 건 아니고 아주 조금 식비를 보충하는 작은 주말 부업이었지요. 그때가 참 젊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뚱뚱하긴 했지만요. ^^ 맨해튼과 로렌스는... 저의 30대 초반과 중반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지요. 주말 상점은 미시간으로 이사 오면서 접게 되었습니다. 미시간은 예전에 살던 곳보다 조금 큰 도시라서 Art Class가 많았습니다. 저는 말이 많지 않은(? : 필요할 때는 말을 무지 많이 합니다. ^^) 외향적 성격이기 때문에 아주 바빴지요. 그때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 꼭 직접 학원을 찾아가서 클래스를 들어야 했습니다. 소리 없이 이것저것 Art Class를 다니다 보니 세월이 그만 쏜살같이 지나가 가버렸네요~. 요즈음 인터넷에는 저장해 있는 글과 정보가 정말 막대한 것 같습니다. 굳이 학원을 찾지 않아도 웬만한 건 다 수록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세상은 10년 앞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10년 전이나 20년 전에는 지금의 현실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건 제 생각인 것 같고 아마도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나 현명한 예지자들은 나름대로 미래를 예견했을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연구하고 거창하게 발표하지 않았을 뿐이지만요. Halloween Day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허리케인에 피해당한 분들을 위로하면서 뜬금없이 옛날이야기가 나왔네요. ^^ 잘 찍은 사진은 실물보다 훨씬 멋지게 나오고 지나간 일, 객관적으로 비치는 일들은 실제보다 허세로 비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저도 인정합니다. 늘 제가 찍은 사진은 실제보다 잘 나오고 제가 쓴 글은 실제보다 그럴 듯하다는 걸 말입니다. 우리 한바다 같으신 독자님들께서는 그려러니~~~ 하시고 털어 버릴 건 후~울훌 털어 버리고 잘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저의 바람입니다. ^^ 날씨가 제법 쌀쌀해 졌습니다. 한 잎, 두 잎... 곱게 물든 낙엽이 떨어지고 촘촘한 가지가 무성한 거대한 나무처럼 푸시킨의 "삶"을 되뇌며.... 씩씩하게 오는 겨울을 맞이해야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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