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Friday, April 19, 2013

4월의 비








오늘은 비가 오네요.
봄비인 게지요.

일주일 전만 해도 앙상하게 드리워진 나뭇가지 끝 망울이 하루하루 조금씩 뭉툭해지더니 차츰 물이 차오르며 새움이 돋아나고 있어요.
드디어 봄이 오고 있네요.
4월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봄....
늦은봄인게지요.

늘 제가 사는 곳은 4월까지도 간간이 눈이 오곤 했답니다.
지난주에도 잠시 싸라기 눈과 자잘한 얼음 알갱이들이 톡톡 거리며 바닥에 흩뿌리긴 했지요.
인간의 마음만큼이나 변덕이 심한 날씨인가 봅니다.

요즈음에 좀 바빴습니다.
5년 전, 물레를 돌려 빚어 두었던 컵들에 일제히 유약을 발라 구워내느라구요.
오래전 인디언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인상 깊게 보았던 "코코펠리"를 현대 감각에 맞춰 디자인한 컵들이지요.

저는 세라믹 작업을 하면서 소재를 찾을 때는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강하게 이미지가 어필해오는 경우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도하곤 합니다.
(... ups~ 그러고 보니 세상은 넓고 소재는 무지 많군요. *^^* )

가까운 동네 커뮤니티 스쿨의 뜨거운 가마에서 재벌구이를 통해 완성된 컵들은 절반은 제법 쓸만한 게 나오고 나머지는 색감이 이상하든지 유약이 골고루 묻히지 않아 밸런스가 안 맞는 작품이 나옵니다.
그래도 제게는 모두 소중한 보물이지요.

당분간 예술을 좀 쉬고 파트타임 일을 하고 싶어서 미완성된 초벌구이들을 한바탕 끝내고 나니 아! 저런, 커다란 타일 네 개가 색칠되지 않은 채 큰 박스에 담겨 있네요.
그동안 제가 무던히도 작업을 많이 했던가 봅니다. ^^
유형이처럼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미친 듯이 빠져드는 것.......
예술을 하시는 우리 후배님들께 꼭 드리고픈 말씀입니다.
정신 차리고 나면 쑤욱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 있게 되니까요. *^v^*
잔잔히 혼자서 미소 지으며 다음에 또 시간이 나면 타일들을 완성할 것을 기약해 봅니다.

사실, 저는 "달빛"의 여주인공 "현아"와는 정반대 스타일의 성향입니다.
제가, 차분하고 지적인 현아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에서 그녀를 제 소설 "달빛"의 여주인공으로 묘사했거든요.
제가 그녀였다면 한국에서 가족과 떨어지지 않고 함께 어우러 지내면서 아웅다웅 잘 살았을 것 같습니다.
지내보니 가족과 떨어져 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막내 성향이 강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잘 아시다시피 형제 많은 막내는 할머니를 비롯한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심지어는 기르는 강아지까지 두루두루 관심받기를 원하거든요. ~ 에쿠, 유형이 안됐따아~~ 그쵸? ^o^)

갑자기 "달빛"의 여주인공 "현아"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만약 제가 그녀였다면 도자기도 차분히 한가지 방향으로 완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2000년에 시작했으니까 지금쯤 강한 개성을 풍기는 저만의 독특한 세라믹이 탄생해야 하는데 저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개성이 달라 아마 저는 예술가로는 자질이 부족한가 봅니다. (제가 깊이 인정하는 바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창조를 강조하지요.
새로운 것, 새로운 디자인.......
그런데 아직도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새로운 생각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어쩌면 한 가지에 안주 못하는 제 성향이기도 하나 봅니다.
지난 1월 23일부터 4월 15일까지 제 나름대로는 시간을 쪼개어 가며 참 열심히 작업했기 때문에 후련합니다. 물론 저를 도와주신 고마우신 분들이 있지요. 그분들께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따금 저는 제 소설 "달빛"을 미국분께도 선물합니다.
그분들께선 전혀 내용을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표제를 제가 직접 쓴 것과 책 자체의 예술성에 공감하시며 반드시 축하와 감사 카드를 보내옵니다.
순수하고 따듯한 가슴을 가진 분들이시지요.

두 달 반....
특별한 외출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오니 또 한결같은 일상이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어제의 해는 지고
내일의
희망찬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겠지요.

4월....
비 오는 4월에
미국 국내와 지구촌 곳곳에서 좋은 소식과 마음 아픈 소식들이 들려 오네요.
모쪼록 나쁜 일들과 가슴 아픈 일들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독자님께서도 늘 건강에 유의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꼭 성취하시기를 마음 깊이 기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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