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253쪽 플랭클린 교수의 생일에 "잡채 이야기"가 나옵니다.
언제였던가, 아마 6~7년 전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틈을 타서 도자기를 배우러 다녔습니다. 25 분간 차를 타고 길드에 가서 서너 시간 동안 온몸에 진흙 범벅이 되어 물레를 돌리거나 Hand Building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기 전에 집에 도착하곤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동양마켓에 들러 사 먹었던 크림 빵과 캔 커피의 맛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오래전(27,8년 전) 눈 오는 밤 한국의 포장마차 집에서 먹었던 가락국수와 버금가는 맛입니다. 그때 제 단골 포장마차 아줌마는 제게 삶은 계란 한 개와 고추 양념을 국수 위에 듬뿍 얹어 주셨지요. (원래는 가락국수 한 그릇에 삶은 계란 반 개를 얹어줬거든요. ^^) 이따금 길드에서는 도예 하는 친구들끼리 간단한 파티가 있었는데 어느날 제가 잡채를 만들어 가져갔습니다. 아! 그런데 이 친구들이 잡채를 먹어보고는 제게 "레시피 좀 적어주지 않을래?"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흔쾌히 승낙하고 집에 돌아와 잡채 레시피를 아주 쉽고 간략하게 요약했습니다. 양념이 복잡한 시금치는 빼고 대신 피망과 각종 버섯을 첨가해 누구든지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정리한 레시피를 아이와 함께 영어로 번역하여 프린트했습니다. 며칠 후, 레시피를 친구들에게 갖다 주자 그들은 이삼일 사이에 제가 깜짝 놀랄 정도로 잡채를 잘 만들어서 가져와 제게 정확하게 만들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들은 미국인들입니다. 부모나 조부모, 또는 증조부 모가 세계 각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지요. 그 중 한 친구는 인터넷을 뒤져 제 레시피에 적혀 있지 않은 시금치까지 넣고 잡채를 만들어와 제게 자랑스럽게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들에게 잡채를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솜씨에 약간 놀랐답니다. 레시피만 있으면 한국 사람보다도 더 정확하게 한국 음식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자기를 하는 친구들이기는 하지요. 아련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던 그때의 일을 제 소설 "달빛"에서 공예를 전공한 플랭클린 교수부인 낸시에 비유하여 자연스럽게 써내려간 것 같습니다. 누구나가 좋아하는 잡채는 언제든지 레시피를 보고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재료를 기름에 볶는 과정이 중국식 조리법에 가깝지만, 많은 대중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가장 무난한 음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Feb 28, 2011 *** YH 드림 *** *** 그때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던 잡채 레시피입니다. 6인분이 아니라 4인분인데 잘못 적은 것 같습니다. 간장도 1큰술 더해야 하고요. (저는 이따금 이렇게 실수도 한답니다. ^^) "달빛" 요리 레시피 홈페이지 |
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Monday, February 28, 2011
"달빛" 253쪽 잡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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