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요. 푸르다 못한 드높은 창공은 뭉실거리는 거함을 군데군데 띄운 듯 자연의 위대함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네요. 우리 인간이 어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 있을까요? ^^ 저도 올해는 예년과 달리 오는 가을을 버선발로 달려가 맞아볼까 합니다. 아련히 울리는 "Autumn Leaves"의 멜랑꼬리한 피아노 선율에 왠지 센티 해 보기도 하고, 휘늘어진 가지에 곱게 물든 낙엽을 보며 시를 쓰고도 싶네요. up~ s, 그런데 요즘엔 시상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자신만의 내면세계 밑바닥에 잠재한 순수 영혼의 목소리에서 메아리쳐 나오는 울림이야말로 아름다운 생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땐 제가 직업 문인이 아니라서 참 다행입니다. 가을은 아름다운 축제의 계절입니다. 인생의 완숙기를 상징하는 듯 풍요롭고 알찬 시기이기도 하지요. 봄, 여름의 피와 땀을 수확하기 위해 더욱 바쁜 일손이 필요하고 다가오는 겨울을 튼튼히 준비하는 어쩌면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그리고 천지 만물이 일제히 다채롭고 화려한 색을 내뿜지요. 가을, 색....... 아름답고 고운 가을 색입니다. 예쁜 색들은 우리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키기도 하고 감정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색채 심리학에서는 그 사람이 쓰는, 또는 좋아하는 색으로 생각을 읽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색이나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은 자기 기분과는 아랑곳없이 분위기와 상황에 맞춰 옷을 입거나 색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쓰는 색을 보고 함부로 그 사람의 생각이나 상태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프로들은 다르거든요. 그들은 무슨 색이든지 자연스럽게 잘 사용하고 소화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에는 뭐니뭐니해도 베이지와 카키색, 밤색 아이보리색, 진녹 연녹색 등 밝고 환해 보이는 색이 좋겠지요. 아, 고운 잎새처럼 엷거나 짙은 빨강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주홍과 주황은 할로윈 분위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10월 말과 11월 중순까지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겨울에도 역시 빨강과 짙거나 엷은 베이지와 카키, 밤색,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가을 색을 포함해서 초록을 더하고 너무 거부감이 나지 않은 금색 은색, 흰색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래 제가 좋아하는 색은 로얄블루, 흰색, 빨간색입니다. 그런데 평상시에 저는 아무 색이나 잘 사용하고 더군다나 미국에 온 뒤로는 핑크 계열을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색을 쓴다는 말은 작품을 할 때 물감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색들을 말합니다.) 아마도 오랜 객지 생활에서 잠재적으로나마 푸근함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제 기분과는 관계없이 일단 긍정적인 색으로 옷을 입습니다. 물론 특별한 자리나 극단적인 경우는 제외하구요, 때로는 가깝지 않은 상대라도 그로 인해 나에 대한 인상을 차갑게 보이고 싶진 않거든요. 결혼 전에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저는 피부가 하얘서 노란 병아리색 옷을 입으면 화사했습니다. 오, 그런데.... 노란 옷을 입은 날에는 질문이 어찌나 많이 쏟아지던지 제대로 진도를 나가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 그래서 늘 옷을 입을 때에는 만나는 상대를 의식하면서 옷을 고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하..... ^^ 50대 펑퍼짐한 아줌마가 된 지금은 대~에충 입습니다. 더울 땐 시원하면 좋고 추울 땐 따뜻하면 최고지요! 너무 1차원적인가요? ^^ 그래도 공식적인 자리에는 나름대로 챙겨 입는답니다. 자아, 가을! 이 예쁜 가을에 유형이가 주저리주저리 우리 독자님들께 읊고 있네요~ 길가에 쪼르르 달려가는 다람쥐가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고 알밤이 토실토실 무르익어가는 이 계절!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들이 모두 잘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
Cooking Mom
"Yves Montand - Les Feuilles Mortes(Autumn Le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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