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계절과 시간이 저와 여러분을 향해 또박또박 걸어오고 있네요. 우리네 인생도 하루하루 벼 이삭 여물듯이 익어갑니다. 어제는 한국 고유 명절 추석이었어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신 분들께 또는 혼자서 명절을 보내신 분께 유형이 추석 인사 올립니다. 오래전, 제가 처음 미국에 왔을 적에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정말 공허하고 외로웠답니다. 물론 주위엔 이곳에서 새로 사귄 사람들이 많았죠. 그러나 우리 인간에게는 잠재적으로 길들여진 회기 본능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주관적인 고독감은 스스로 극복해 가야 하는 과제였고 25년이 지난 지금은 매우 익숙해졌답니다. 혹시, 혼자서 객지에서 외롭게 명절을 지내신 분도 너무 쓸쓸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오늘은 예전에 미안했던 어른들께 사과하는 글을 드릴까 합니다. 우리 독자님들께는 "무조건 이해!"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새끼손가락 야무지게 걸고 엄지손가락으로 도장 "꾹!" 찍고 어떤 얘기든 괜찮다고 약속해 주신다면 고백하겠습니다. ^^ 생각해 보니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세월이 무상하네요~ ) 제가 열심히 꽃 디자인 공부를 하던 때인데 저는 일단 한 가지 일에 관심을 두고 몰두하면 앞뒤 안 보고 거의 미친 듯이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나이도 그랬지만 아마도 제 성향인가 봅니다. 그 당시 저는 낮에는 전문 플로랄 샾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클래스를 듣고 주말에는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온갖 새로운 꽃꽂이 소재를 찾으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에서는 예쁜 레이스를 찾지 못해 가까운 캐나다에 가서 유럽풍의 불란서 망사와 레이스를 산 적도 있습니다. 일단 제 디자인과 작품에는 최고를 고집했지요. 13~14년 전만 해도 세계적인 패션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 이후로 복고풍이 다시 유행되면서 화려한 레이스와 다양하고 현란한 색채와 주렁주렁한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왔지요. 물론 여기저기 트인 청바지와 몸매와 가슴을 드러낸 패션이 유행한 것도 2000년 이후입니다. 다시 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당시 저는 거의 기계가 될 정도로 열심히 꽃을 꽂고 새로운 디자인 시도를 다양하게 해 보았답니다. 좋은 경험이었죠. 그런데 그때만 해도 저는 남에게 부탁을 잘 안 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모임에서 큰 행사가 있었는데, 저는 남에게 부탁 한 번 안하고 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혼자 다한 기억이 납니다. 몇 날 밤을 지새우면서 제 욕심대로 확실하게 행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취감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별 생각 없이 지냈습니다. 언젠가, 그 모임의 새 단장님께서 취임하셨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그분은 은퇴하신 의사로 평소에 제가 존경하던 분이셨고 부인께서도 자상하고 매우 현숙한 분이셨습니다. 새 단장님께서 취임 인사를 하러 단상에 올라오셨습니다. "여러분!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많이 부족합니다. 여러분께서 잘 도와주셔야 이 모임이 발전합니다. 꼭 모임을 위해서 저를 많이 도와주십시오. 잘 부탁합니다!" 허리 굽혀 정중하게 절을 하시는 그분을 보는 순간 저는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나이도 많고 경륜도 있는 분께서 저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시다니... '아차, 그동안 내가 잘못을 많이 했구나!' 온갖 생각이 스쳐 가면서 저보다 나이 많고 열심히 활동하셨던 다른 부인들의 기색을 흘깃 쳐다봤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자 다른 부인들께선 입은 예쁘게 미소 짓지만 눈은 웃지 않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성실하고 좋으신 분들입니다. ^^) 그제야 저는 자신이 이제까지 겸손하지 못했던 것을 확신하고 앞으로 바꿔 나가기로 생각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말입니다. 제가 생각이 부족했던 거지요. 경험과 연륜이 지긋하신 분들께 이쁨을 받으면 엄청 도움을 받을 건데.... 아니 그런 걸 떠나서라도 말씀 한마디라도 든든하게 해 주시면 일을 하는 데 힘이 나는 것을 그땐 몰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모임에서 쉬고 있지만 다시 나가게 된다면 어른들께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이따금 자문도 구하고 일은 젊은 친구들과 열심히 할 겁니다. 물론 젊은 친구들 맛있는 밥을 사주거나 제가 직접 만들어도 줄 거구요. ^^ 저도 이젠 나이가 점점 들고 있거든요.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고 또 과거로 갈 수도 없지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 그건 꿈이겠습니다. ^^ 비록 아직 발표하지 않은 저의 판타지 소설 주인공들은 과거와 미래를 쌩쌩 날아다니지만, 저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편이라 일단 과거는 뒤로하고 그때 일은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반성하겠습니다. - 지난날, 제가 당돌하게 굴었다면 사과드립니다. 허심탄회하게 웃으면서 넓은 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과거는 훌훌 털어 버리고 앞으로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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