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Wednesday, October 24, 2012

가을 속으로...










가을이 점점 무르익네요.
요즈음엔 나이가 들어서인지 종종 산다는 게 뭔지~ 라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철학자도 아니고 더군다나 시상이 줄줄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아마도 갱년기를 지내는 아줌마의 푸념 아닌 혼잣말인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은 살아가는 과정에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일에 빠져들다가도 한 발자국 뒤로 멈칫하기도 하고 또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살아갑니다.

곱게 물든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고 바닥에 수북이 쌓여 바람에 흩날리는 정경을 바라보면 때로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무 등걸 뒤에서 양 볼이 터질듯이 빵빵하게 도토리를 입에 문 다람쥐 녀석과 눈이 똑바로 마주치면 푸하하~.... 하고 웃음 보자기가 터져 버리지요. ^^
센티 했던 기분은 금세 가시고 똘똘한 다람쥐 녀석의 꼼지락거림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다시 생기가 살아납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바지런한 다람쥐처럼 성실하게 살아야겠지요.
진리라는 친구는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우리 삶의 가까이에 산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몽매한 시야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요.


미국 대선이 무척 가까워졌어요.
11월 첫째 화요일인 6일이지요.
저는 시민권자지만 정치에는 무심한 편인데 뉴스는 이따금 봅니다.
엊그제 TV 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지요.
미국의 향후 몇 년간 미래를 짊어질 막중한 책임을 가질 이를 가리는 두 후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떠오르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Forget your heart, Think your head!"
저의 "좋은말 모음" 홈페이지에 수록한 "감정은 버리고 이성으로 생각하라!"는...
오래전에 본 유명한 프랑스 영화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에서 나온 명언 "Forget your heart, Fight your head!"를 약간 인용한 글입니다.

어떤 토론이든지 일단 토론자가 과잉 흥분하면 불리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열받는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무섭게 냉철하고 차분하게, 의도적이라도 프로 의식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말려들지 말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또박또박 야무지게 연출해야 하는 게 토론을 이기는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호응을 이끄는 깔끔하고 온화한 복장과 성실하고 의욕에 넘치는 표정, 토론의 내용이 합리적이고 유머러스할 것임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토론 뒤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따뜻한 협조와 좋은 매너는 두말할 것도 없구요,
철저하게 뒷모습까지도 프로다워야 합니다.

그런데 바쁜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다 보면 두 후보는 자신도 모르게 시간과 체력에 쫓겨 평소에 의식하던 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메라와 여론은 그것도 절대 놓치지 않고 기어이 잡아내지요.
그리고 대서특필합니다.
원, 세상에.......
한 나라 수장의 자격을 빌미로 평범한 인간에게 그야말로 초인적인 완벽을 요구하는 거지요.
참 힘들겠습니다!
그래서 곁에서 챙겨 주고 보필해 주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필살적인 수고와 지혜가 꼭 필요하지요.
명기수(名騎手)와 준마(駿馬)의 관계인 현명한 친구들의 그림자 협조입니다.

인기란 뭔지......
그닥 인기도 없는 유형이가 이런 글을 쓰니 좀 얼굴이 빨개지고 쑥스럽긴 합니다. *^o^*
글쎄요,
저는 인기가 없어도 은근히 제 자신에게 통쾌한(?) 아이러니한, 좀 이해하시기 힘든 그런 기분도 느낀답니다.
그저, 마음이 넓으신 우리 독자님들께서는 한바다같이... 유형이는 그런가부다~~~ 하시고 널리 이해해 주십시오. ^^

그리고 저의 엄청난 착각 하나!
제 홈을 방문하신 분은 그 수가 많지 않더라도 이 세상 최고의 지성을 가진 분이시거나 컴퓨터 최고수이실 거라는 완벽한 확신이 있답니다.
(UP~ s! 못 말리는 유형이 고질병 ^*^)

자아 각설하고~
가을이지요?
풍성한 이 가을에 우리 독자님들 건강하시고 모쪼록 하시는 이들마다 다아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좀 어렵지만, 일상생활 중에 "할 말과 안 할 말"을 잘 구분하며 지내도록 나름껏 노력하겠습니다.

파아란 하늘
하아얀 뭉게구름
색, 색이 곱게 물든 나뭇잎에
가을 편지를 띄워 보냅니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좋은말 모음"


Monday, October 15, 2012

변덕스러운 날씨






어제는 날씨가 무척 변덕스러웠습니다.
해질 무렵이었는데 짙은 먹구름이 거대한 휘장처럼 온 하늘에 드리우더니 갑자기 세찬 바람이 나뭇가지를 뒤흔들며 비가 쏟아지는 것이었어요.

모처럼 빗소리에 기분이 차분해진 저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채 5분(?)도 되지 않아 비가 뚝 그치고 햇살이 환히 내리쪼이기 시작하는 거에요. 밖을 쳐다보니 검은 먹구름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전형적인 푸른 가을 하늘에 새하얀 뭉게구름이 잔잔히 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머쓱해진 저는 조금 전 왠지 센티하던 기분은 가시고 '날씨가 변덕스럽네~ '라고 구시렁 거리다 보니 다시 진회색 먹구름이 마치 무거운 휘장처럼 온 하늘을 뒤덮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밤이 오자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세찬 바람에 뒷마당에 세워둔 운동 대가 휘청거리며 넘어질 듯 흔들렸는데 예전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운동 대가 자주 넘어져서 제가 아예 커다란 맷돌을 발견해서 굴러와 눌러 놓았더니 다행히 그 후로는 넘어지지 않았어요. 아마 맷돌을 두어 개 구해서 확실하게 눌러 놓으면 더 튼튼할 것 같습니다.

어젯밤...
깜깜한 밤중에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문득 산다는 게 뭔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 - 삶 - 지나온 날 - 앞으로 살아갈 날들.......
엄청난 숙제지요.

우리 독자님께서는 산다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하.......~ 제가 한번 우문(愚問)을 해봤어요.
현답(賢答)을 기대하면서요!
조촐한 저의 홈을 방문하시는 제게는 정말 고맙고 소중한 분들께 말입니다.

과연 산다는 게 뭘까요?
아마 보통 사람의 답은 ....... 라는, 가장 일상적일 거로 봅니다.
철학자나 꿈이 많은 이의 답은 ......? 일 거구요,
예지력이 명확한 이의 답은 ......! 이겠지요.

저는 철학자나 꿈이 많은 이가 아니고 더군다나 예지력이 뛰어난 이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아줌마고 보니 .......가 답이네요. ^^
어릴 적부터 형제 많은 가정에서 태어나 여러 사람 속에서 두리뭉실 섞여 자라다 보니 평범할 수밖에요~ .

제 성향이 어느 글이나 가리지 않고 읽기를 좋아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외모가 좀 맹하다 보니 아무도 저를 지적(知識)이라고 보지 않네요. (u~ ps )
이 넓은 세상에 더불어 살아가기에는 다행이지요.
때로는 손해기도 하구요. 상대가 저를 가볍게 볼 때입니다. (저는 별로 안 가벼운데 말입니다~ . 뚱땡이 아줌마거든요 ^^)

지금은,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는 것들....... 그런 것은 많이 초월한 상태입니다.
자신에게 정당하면 결국 대중에게 당당해지거든요.
만약 자잘하고 사소한 오해가 있다면 현명하고 정확한 시간이 해결해 주지요.
시간이라는 친구는 명판관입니다.

"천 냥 빚을 말 한마디로 갚는다."
라는 옛 격언이 있습니다.
말이란 뭔지...
글이란 뭔지......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저도 모르게 불쑥 내뱉는 말이 상대에겐 상처로 남을 수 있는데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그럴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생이 어렵습니다. ^^
한순간 무의식적으로 한 말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세상이 급변하는 문명의 과도기인 현시대에 사는 우리는 자녀와 후손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되는 제도의 유산을 물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세월"이란 약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 계절이 가고 세월이 더 지나면....
떨어지는 나뭇잎새에 옛이야기를 흘려 띄우며
그때는 참 젊었노라고...
"인생""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 바람이 몹시 불던 변덕스러운 어젯밤을 회상하며
두서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최희준 "하숙생"


Monday, October 8, 2012

한 발, 두 발 익어가는 가을.... 아름다운 자연의 색, 색... 들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요.
푸르다 못한 드높은 창공은 뭉실거리는 거함을 군데군데 띄운 듯 자연의 위대함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네요.
우리 인간이 어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 있을까요? ^^

저도 올해는 예년과 달리 오는 가을을 버선발로 달려가 맞아볼까 합니다.
아련히 울리는 "Autumn Leaves"의 멜랑꼬리한 피아노 선율에 왠지 센티 해 보기도 하고, 휘늘어진 가지에 곱게 물든 낙엽을 보며 시를 쓰고도 싶네요.

up~ s, 그런데 요즘엔 시상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자신만의 내면세계 밑바닥에 잠재한 순수 영혼의 목소리에서 메아리쳐 나오는 울림이야말로 아름다운 생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땐 제가 직업 문인이 아니라서 참 다행입니다.


가을은 아름다운 축제의 계절입니다.
인생의 완숙기를 상징하는 듯 풍요롭고 알찬 시기이기도 하지요.
봄, 여름의 피와 땀을 수확하기 위해 더욱 바쁜 일손이 필요하고 다가오는 겨울을 튼튼히 준비하는 어쩌면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그리고 천지 만물이 일제히 다채롭고 화려한 색을 내뿜지요.
가을, 색.......
아름답고 고운 가을 색입니다.

예쁜 색들은 우리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키기도 하고 감정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색채 심리학에서는 그 사람이 쓰는, 또는 좋아하는 색으로 생각을 읽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색이나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은 자기 기분과는 아랑곳없이 분위기와 상황에 맞춰 옷을 입거나 색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쓰는 색을 보고 함부로 그 사람의 생각이나 상태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프로들은 다르거든요.
그들은 무슨 색이든지 자연스럽게 잘 사용하고 소화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에는 뭐니뭐니해도 베이지와 카키색, 밤색 아이보리색, 진녹 연녹색 등 밝고 환해 보이는 색이 좋겠지요.
아, 고운 잎새처럼 엷거나 짙은 빨강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주홍과 주황은 할로윈 분위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10월 말과 11월 중순까지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겨울에도 역시 빨강과 짙거나 엷은 베이지와 카키, 밤색,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가을 색을 포함해서 초록을 더하고 너무 거부감이 나지 않은 금색 은색, 흰색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래 제가 좋아하는 색은 로얄블루, 흰색, 빨간색입니다.
그런데 평상시에 저는 아무 색이나 잘 사용하고 더군다나 미국에 온 뒤로는 핑크 계열을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색을 쓴다는 말은 작품을 할 때 물감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색들을 말합니다.)
아마도 오랜 객지 생활에서 잠재적으로나마 푸근함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제 기분과는 관계없이 일단 긍정적인 색으로 옷을 입습니다.
물론 특별한 자리나 극단적인 경우는 제외하구요, 때로는 가깝지 않은 상대라도 그로 인해 나에 대한 인상을 차갑게 보이고 싶진 않거든요.
결혼 전에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저는 피부가 하얘서 노란 병아리색 옷을 입으면 화사했습니다.
오, 그런데....
노란 옷을 입은 날에는 질문이 어찌나 많이 쏟아지던지 제대로 진도를 나가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 그래서 늘 옷을 입을 때에는 만나는 상대를 의식하면서 옷을 고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하..... ^^ 50대 펑퍼짐한 아줌마가 된 지금은 대~에충 입습니다.
더울 땐 시원하면 좋고 추울 땐 따뜻하면 최고지요!
너무 1차원적인가요? ^^
그래도 공식적인 자리에는 나름대로 챙겨 입는답니다.

자아, 가을!
이 예쁜 가을에 유형이가 주저리주저리 우리 독자님들께 읊고 있네요~
길가에 쪼르르 달려가는 다람쥐가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고 알밤이 토실토실 무르익어가는 이 계절!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들이 모두 잘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Cooking Mom


"Yves Montand - Les Feuilles Mortes(Autumn Leaves)"

Monday, October 1, 2012

10월이 왔어요!








10월이 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계절과 시간이 저와 여러분을 향해 또박또박 걸어오고 있네요.
우리네 인생도 하루하루 벼 이삭 여물듯이 익어갑니다.

어제는 한국 고유 명절 추석이었어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신 분들께 또는 혼자서 명절을 보내신 분께 유형이 추석 인사 올립니다.

오래전, 제가 처음 미국에 왔을 적에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정말 공허하고 외로웠답니다.
물론 주위엔 이곳에서 새로 사귄 사람들이 많았죠.
그러나 우리 인간에게는 잠재적으로 길들여진 회기 본능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주관적인 고독감은 스스로 극복해 가야 하는 과제였고 25년이 지난 지금은 매우 익숙해졌답니다.
혹시, 혼자서 객지에서 외롭게 명절을 지내신 분도 너무 쓸쓸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오늘은 예전에 미안했던 어른들께 사과하는 글을 드릴까 합니다.
우리 독자님들께는 "무조건 이해!"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새끼손가락 야무지게 걸고 엄지손가락으로 도장 "꾹!" 찍고 어떤 얘기든 괜찮다고 약속해 주신다면 고백하겠습니다. ^^
생각해 보니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세월이 무상하네요~ )
제가 열심히 꽃 디자인 공부를 하던 때인데 저는 일단 한 가지 일에 관심을 두고 몰두하면 앞뒤 안 보고 거의 미친 듯이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나이도 그랬지만 아마도 제 성향인가 봅니다.

그 당시 저는 낮에는 전문 플로랄 샾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클래스를 듣고 주말에는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온갖 새로운 꽃꽂이 소재를 찾으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에서는 예쁜 레이스를 찾지 못해 가까운 캐나다에 가서 유럽풍의 불란서 망사와 레이스를 산 적도 있습니다. 일단 제 디자인과 작품에는 최고를 고집했지요.

13~14년 전만 해도 세계적인 패션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 이후로 복고풍이 다시 유행되면서 화려한 레이스와 다양하고 현란한 색채와 주렁주렁한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왔지요.
물론 여기저기 트인 청바지와 몸매와 가슴을 드러낸 패션이 유행한 것도 2000년 이후입니다.

다시 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당시 저는 거의 기계가 될 정도로 열심히 꽃을 꽂고 새로운 디자인 시도를 다양하게 해 보았답니다. 좋은 경험이었죠.
그런데 그때만 해도 저는 남에게 부탁을 잘 안 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모임에서 큰 행사가 있었는데, 저는 남에게 부탁 한 번 안하고 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혼자 다한 기억이 납니다.

몇 날 밤을 지새우면서 제 욕심대로 확실하게 행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취감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별 생각 없이 지냈습니다.

언젠가, 그 모임의 새 단장님께서 취임하셨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그분은 은퇴하신 의사로 평소에 제가 존경하던 분이셨고 부인께서도 자상하고 매우 현숙한 분이셨습니다.
새 단장님께서 취임 인사를 하러 단상에 올라오셨습니다.
"여러분!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많이 부족합니다. 여러분께서 잘 도와주셔야 이 모임이 발전합니다. 꼭 모임을 위해서 저를 많이 도와주십시오. 잘 부탁합니다!"
허리 굽혀 정중하게 절을 하시는 그분을 보는 순간 저는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나이도 많고 경륜도 있는 분께서 저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시다니...
'아차, 그동안 내가 잘못을 많이 했구나!'
온갖 생각이 스쳐 가면서 저보다 나이 많고 열심히 활동하셨던 다른 부인들의 기색을 흘깃 쳐다봤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자 다른 부인들께선 입은 예쁘게 미소 짓지만 눈은 웃지 않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성실하고 좋으신 분들입니다. ^^)
그제야 저는 자신이 이제까지 겸손하지 못했던 것을 확신하고 앞으로 바꿔 나가기로 생각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말입니다.

제가 생각이 부족했던 거지요.
경험과 연륜이 지긋하신 분들께 이쁨을 받으면 엄청 도움을 받을 건데.... 아니 그런 걸 떠나서라도 말씀 한마디라도 든든하게 해 주시면 일을 하는 데 힘이 나는 것을 그땐 몰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모임에서 쉬고 있지만 다시 나가게 된다면 어른들께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이따금 자문도 구하고 일은 젊은 친구들과 열심히 할 겁니다. 물론 젊은 친구들 맛있는 밥을 사주거나 제가 직접 만들어도 줄 거구요. ^^ 저도 이젠 나이가 점점 들고 있거든요.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고 또 과거로 갈 수도 없지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 그건 꿈이겠습니다. ^^
비록 아직 발표하지 않은 저의 판타지 소설 주인공들은 과거와 미래를 쌩쌩 날아다니지만, 저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편이라 일단 과거는 뒤로하고 그때 일은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반성하겠습니다.

- 지난날, 제가 당돌하게 굴었다면 사과드립니다.
허심탄회하게 웃으면서 넓은 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과거는 훌훌 털어 버리고 앞으로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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