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빛" 표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문득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차츰 옛 고유의 정서와 멋을 찾게 되곤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를 보면 열대야의 아프리카 밀림이 우거진 정글에서 먼동이 터 오를 때, 아득히 들려오는 북소리는 오랜 고대의 짙은 노스텔지어에 젖게 합니다. 여행을 하다가 인디언 부락에서 야외 음악당의 구슬픈 연주 가락도 우리 인간 본연의 심상을 끌어들이는 그들만의 영혼의 노래이지요. 매끄럽지 않고 투박하더라도 전통의 멋과 맛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표지를 구상했을 적에는 큼지막한 분홍 매화꽃(철쭉에 가까운)이 만발한 배경을 떠올렸습니다. 전체적으로 흰 바탕에 분홍색이 주류를 이루게 되죠. 그런데 출판사에서 보내온 샘플 표지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 있고 멋있는 그림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분홍 매화로만 전체표지를 장식한다면 너무 여성적인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파일을 프린트로 뽑아 확인해가며 정정하는 과정이 무려 세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제가 표제를 쓰느라 시간이 좀 걸렸거든요. ^^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표지와 본문을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느라......) 책에 삽입된 도안들도 제가 가지고 있는 도안집에서 뽑았고 표지 배경도 백지보다는 약간 운치가 있는 연미색 순지로 부탁했습니다. 편집을 다 마치고 보니 제 사진이 빠졌어요. 출판사에서 보내 주라고 하셨는데 그만 자신이 없어 사양했답니다. ^^ 두 번째 판타지 소설에는 꼭 사진을 넣어야겠습니다. 표지와 본문 사이의 색지는 짙은 녹색을 원했는데 전체적인 색의 조화를 맞추느라 고아색으로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표지의 색감은 은은하게 잘 구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뒤표지에 수록된 글은 간단하게나마 본문에서 제 맘에 드는 글을 뽑아 수록했어요. 표지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뒤표지에 수록할 샘플로 함께 보냈던 글 중 몇 부분입니다.
색(color)이라는 것은 무한한 매력이 있는 소재라고 봅니다. 한 때는 색채학을 더 공부하고 싶기도 했는데 제가 직접 손으로 만지고 완성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예 쪽을 선호한답니다. 저는 얼음 공예나 꽃 디자인을 아름답게 생각하는데 꽃은 미국에서 공부해서 플로랄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기 때문에 무척 아쉬웠습니다. 힘들게 준비하고 멋지게 완성했는데 형체가 없어져 버리니까요. 아마 얼음 조각을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정말 아름답죠? ^^ ) 제 소설 "달빛"은 색으로 보면 엷은 분홍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넓은 캔버스에 흰색을 듬뿍 칠하고 빨강 물감을 약간 묻혀 붓으로 군데군데 터치를 가한다면 명암과 농담이 대비를 이룬 멋진 색채의 하모니가 되겠죠. 거기에서 나온...... 예쁜 분홍색입니다. "달빛" 표지 그림처럼, 언젠가 저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 동양의 멋과 이국적인 정서가 깃든 멋진 매화도를 완성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혼자서 책을 보고 사군자를 연습하곤 했지만 정식으로 사사 받지는 못했거든요. ^^ ) 감사합니다. Feb 16, 2011 *** YH 드림 *** 유형의 시모음 "달빛" 요리 레시피 홈페이지 유형의 다른 레시피 Home |
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Tuesday, February 15, 2011
"달빛" 표지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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