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Friday, February 26, 2010

짧은 꽁뜨


짧은 꽁뜨입니다. (^^)


눈이 많이 온 어느 날 수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예정일보다 2주 빨리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세라는 미역국과 밥을 준비해서 집을 나섰는데 처음 가 보는 큰 병원이라 빌딩을 여기저기 잘못 찾아 갔다가 40여 분 만에 겨우 수지가 머물고 있는 방을 찾아 예쁜 아기도 보고 수지에게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따뜻하게 데워 먹일 수 있었다.

그런데 세라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눈이 많이 내렸다.
그녀는 눈이 쌓인 미끄러운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일이 자신이 없어서 다시 돌아서 가려다 길을 놓쳤는데 그만 차가 미끄러져서 길 옆의 눈더미로 빠져버렸다. 비상등을 켜고 밖으로 나와 보니 눈더미의 바닥이 경사진 곳이라 세라의 힘으로는 차를 빼낼 수가 없었다. 세라는 정말 난감했다. 남편은 다른 주로 출장을 갔고 그 차는 딸아이가 기숙사에 들어 가면서 잠시 집에 두고 간 차였기 때문이다.
세라는 모자가 달린 코트를 입고 눈을 맞고 한참 길에 서 있는데 한 대의 차가 와서 멈췄다. 한 사람이 차에서 내리더니 자기가 뒤에서 차를 밀어 줄테니 세라에게 천천히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하라고 했다. 잔뜩 겁을 먹은 세라가 망설이고 있는데 다른 한대의 트럭이 와서 한 사람이 나오더니 트럭의 뒤와 세라의 차의 앞을 굵은 끈으로 묶고 트럭에 올라 운전을 하고 먼저 있던 사람이 세라의 차를 운전해서 눈 속에 빠진 차를 꺼내어 주었다.
세라는 너무 고마워 두 사람에게 정말 고맙다고 몇 번을 인사하고 천천히 차를 몰고 가는데 눈은 계속 오고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길은 미끄러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날 따라 그녀는 시간에 쫒겨서인지 점심도 안먹은채 날은 점점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눈이 오는 길을 운전하다가 가까스로 교회를 하나 발견하고 안에 들어가 도움을 청했다.
"차를 이 곳에 주차해도 될까요?"
그들은 친절하게 그러라고 했다.
"누가 저를 좀 집까지 데려다 주실 수 있을까요?"
교회에서는 그날 밤 주일학교 학생들의 수업이 있었다. 한 젊은 여선생이 자기가 데려다 준다고 자청했다. 세라는 너무 고마워 하며 교회의 파킹장에 나와 젊은 여교사의 차에 오르려는데 중년 부인이 따라 나왔다.
"내가 갈께. 넌 저녁에 학생들 수업이 있잖아!"
나중에 나온 중년 부인은 젊은 여교사의 엄마였다. 중년 부인은 자기차에 수북히 쌓인 눈을 털어내고 친절하게 세라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눈이 계속 오는 미끄러운 길 위를 그녀의 밴으로 세라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세라가 약간의 사례를 하려고 하자 그 부인은 극구 사양하고 돌아갔다.

평소에 눈이 오면 길들은 소금을 뿌리고 잘 치워지기는 하지만 갑자기 내리는 눈길 위는 바로바로 치워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느 곳이나 경사진 커브길들은 눈이 내리는 날이면 매우 미끄럽고 위험했다. 더군다나 세라가 사는 동네는 대중교통 수단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고 개인의 차로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세라는 전날 차를 주차해 둔 교회를 인터넷 지도로 찾아보니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다. 아직도 밖에 눈은 많이 쌓였지만 날씨가 맑아서 세라는 그 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지도상으로 보았던 거리가 막상 걸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멀었다. 더군다나 길에는 눈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신발이 푹푹 파였고 바람이 불고 날씨도 추웠다.

한참을 걸어 가다가 다리가 아픈 세라는 한 집을 노크했다.
자초자종을 들은 젊은 부인이 자기 차로 세라를 교회 주차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세라는 다시 차에 시동을 켜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생각했다. 문득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너무 쓸쓸하고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이틀 간에 처음보는 네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고 보니 생각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 세상은 나 혼자만은 아니구나...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따뜻한 곳이구나...' 라고......


좀, 있을 수 있는... 그러나 흔한 이야기는 아니지요?
한번 적어본 글이었습니다. ^^

어젯밤엔 TV에서 김연아 선수의 멋진 피겨 스케이팅을 보았습니다. 그녀는 예상 했던대로 무대 위 빙판이 꽉 차는 우아한 몸짓으로 마치 한마리 백조처럼 아름다운 동작을 보여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순수한 표정과 표현... 경기를 끝내고 터뜨렸던 진솔한 눈물...
정말 좋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도 훌륭했다고 봅니다. 각 국을 대표하는 프로들이고 보니 최고의 기량을 가진 최고의 멋진 선수들의 열전이었다고 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여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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