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왔네요. 분주한 4월이 지나갔구요. 저는 지난 3월 30일 한국에 갔다가 4월 28일 돌아왔습니다. 이제 좀 시차가 정리되는지 모처럼 블로그에 사진도 몇 장 올렸답니다. 4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많이 나는 환절기라서 옷차림이 애매한 시기였지요. 한국은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저는 편한 차림으로 자유롭게 다니는 걸 좋아하기에 캐쥬얼하게 코디했습니다. 이방인처럼 보이지 않으려 해도 결국 티가 나더군요. (물론 제 나이도 있구요~ ^^; 1959년생.... 일찍 결혼했으면 손주가 있을 나이지요~ ㅎㅎㅎ) 제가 도착한 광주는 싱그러운 봄날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리마다 즐비한 가로수는 연둣빛 녹음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고 탐스럽고 예쁜 꽃망울은 소담스럽게 터트려져 개화 만발한 풍취를 자아냈지요. 예전에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곳곳에 새 아파트와 건물이 증축되고 도로와 인구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버스카드도 새롭게 바뀌었네요. 요금이 현금은 1,200원 카드는 1,100원인데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30분 이내에 환승이 가능해 2014년이랑 같았습니다. (글을 자세히 적는 건 언젠가 먼 훗날 다시 제 블로그를 읽을 때 이런 일들을 추억으로 기억하려고 합니다. ^^) 저는 버스를 타고 다니며 밖에 펼쳐지는 풍경과 일상을 두루 눈에 익혔습니다. 슈퍼마켙과 재래시장, 백화점과 아웃렛을 둘러보고 물가와 유행을 짐작했지요. 새봄을 맞은 거리는 산뜻하고 밝은 옷차림에 기분이 가벼웠어요. 젊은 친구들이 짧은 반바지에 노 스타킹, 얇은 스니커를 신고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심플한 디자인의 백팩을 메고 살짝 염색한 긴 머리를 바람결에 살랑거리며 지나갈 때, 아! 뭔지 모를, 가득 차오르는 생동감을 느꼈답니다. 젊음! 싱그러움 그 자체였어요~ 예뻤어요, 아무런 이유 없이요. 때마침 선거철이라 30여 년만에 국회의원 선거 전후를 소상하게 관전한 기회이기도 했지요. 바쁜 일정 중 짬짬이 나들이도 했습니다. 시간상 서울 쪽은 들를 겨를이 없구요, 남도를 다녔답니다. 생신을 맞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간 진흥원 벚꽃놀이, 영광 백수 해안도로, 꽃게 굴비 정식, 모싯잎 송편, 직접 안내해주신 오빠께 감사드립니다. 혼자서는 전주와 통영엘 갔어요. (저는 예전부터 자유롭게 혼자 돌아다니기를 좋아합니다. ^^) 전주 한옥마을 체험은,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투어하고 싶었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용기는 더~~ 부족하고. (에구, 못난 유형이.... ) 아, 그런데 통영! 어느 날 이른 아침, 버스 터미널에서 두리번거리다 우연히 선택한.... 거리와 시간이 맞아떨어진 곳! 박경리 작가의 고향인 경남 통영엘 갔지요. 다행히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가면서 버스 안에서 푹 자며 쉬고 싶었죠. 그런데 뒷자리에 앉은 아지매의 낮은 듯 가는 소프라노 톤의 세계 여행 무용담! 저는 2시간이 넘도록 꼼짝 못 하고 앞자리에 앉은 채 들어야만 했습니다. 나레이터를 무색게 하는 감정이 섞인 어휘 구사의 그녀는 거의 여행 박사 수준! 그분에겐 멋진 스토리가 주위에는 간접 공해라는 걸 아시는지.... 제 옆 건너편에 앉은 여자분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계시더군요. 아! 그제야 여행 시에는 이어폰이나 귀마개가 필수라는 걸 깨달았답니다. 문득, 단체 여행을 가면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감정 기복의 역전 순간이 왔습니다! 마침 그날이 서호 시장 장날이었거든요. 통영의 유명한 두 시장 중, 중앙시장은 새벽에 문을 열었다가 일찍 닫았고 정오가 지난 서호시장은 상인과 손님과 신선한 물건들로 가득 차 생기 넘치는 활력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저는 즐비하게 늘어져 앉은 상인들의 빨간 대야에서 살아 펄쩍펄쩍 뛰는 생선들을 볼 때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답니다. 경상도 억양으로 "살아 있네!"가 튀어나오는 순간이었지요! 점심으로 시장에서 사 먹은 멍게 비빔밥에 곁들여 나온 신선한 생선 매운탕은 한순간에 묵은 피로를 가시게 했어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건어물도 싱싱해서인지 촉촉하고 지나가는 행인의 입에 한 조각씩 넣어주던 꿀떡도 맛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생선을 사서 아이스박스에 포장해 가져오게 되었지요. 아마 장날의 특권인가 봅니다. ^^ 원래 저는 박경리 문학관을 방문하려 했지요. 그런데 통영에 도착해서야 대중교통으로는 하루에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두루두루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단 서호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게 좋은 사진도 얻고 싱싱한 해산물 장도 보고, 멋진 하루였답니다. ^^ 한국에는 소주 문화가 있지요. '어! '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솔직하고 싶습니다. 소주 1~2 잔 정도는 즐기면서 마실 수 있으니까요. (사실 와인이나 소주나 같은 알코올이지 않나요~ 미국 중소도시에서는 소주가 4~5불이네요.) 저녁에 살짝 언니를 불러내 소주를 한잔 했답니다. 언니가 젊었을 때는 '채 썬 오이에 소주를 넣어 마시면 순하고 맛도 좋아!' 하고 멋진 팁도 가르쳐 주셨는데 할머니가 된 뒤로는 '난 술 못 마셔~ ' 입니다. 이해하기로.... 그런데 저는 소주보다는 왕창 나온 안주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미국에서는 100% 접할 수 없고, 2년 후에 다시 한국에 올 계획인데 일단 경험하고 가야지요. 좋은 시간들.... 좀 바빴지만, 고마우신 가족들.... 뒤로 하고 저는 총총히 미국으로 돌아왔지요. 제가 사는 미시간은 아직 겨울이 덜 갔더라구요. 타임머신을 타고 한 달간 봄 나라에 갔다가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5월이 오자 새순이 돋고, 요즈음엔 잎들이 연녹색으로 무성해졌어요. 날씨도 제법 따뜻하구요~ 자주 글 쓰지 못한 건 제가 바쁠 때입니다. 다사로운 햇살처럼 삶이 원만했으면 좋겠어요. 독자님들! 건강하시구요 하시는 일마다 잘되시고, 가정에는 평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May 13, 2016 *** 유형 안경희 드림 *** |
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Friday, May 13, 2016
5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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