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2012년 마지막 날....
소리 없이 새해가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네요.
살다 보면 "세월"이라는 친구는 참~ 변함이 없습니다.
붙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세월이 오늘 지금 이 시간에도 어김없이 가고 있거든요.
우리네 인생... 삶... 뒤안길.......
어찌 보면 일장춘몽(一場春夢) 같지만 평범한 일상으로는 하루하루가 기~ 나긴 여정의 파노라마지요.
2012년을 보내며 지난 6일간의 크리스마스 여행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제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서 혹시나 독자 여러분께서도 외지를 여행하실 때, "아하!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참고 하셨으면 하는 생각으로 적어 봅니다. ^^
2012년 12월, 얘들 아빠가 회사에서 20불 주고 구입한 도네이션 티켓이 미국 내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는 비행기 표 두 장에 뽑혔답니다. 원 세상에~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다고 들뜨며, 크리스마스 휴가지를 미국 최남단 카리브 해의 조그만 아열대 섬으로 정했지요.
인터넷에 올려진 여행정보와 후기를 두루 살펴보고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멋진 4박 5일간의 "Summer Christmas"를 꿈꾸며 드디어 12월 21일 아침, 새벽 비행기에 몸을 실었답니다.
비행기가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를 거쳐 두어 시간 더 날아가 목적지에 이르자 창 밖에는 뭉게구름이 두텁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섬의 공항에 도착하니 어김없이 비가 내리더군요.
저희는 카 렌탈 스토어의 요구로 보증금을 낸 뒤 2만 7천 마일 달린 렌터카를 타고 빗속을 뚫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물론 비 때문에 창 밖 정경을 볼 수 없었지만 GPS를 따라 무사히 도착한 곳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깨끗한 숙소였습니다.
방 안은 미국의 일반 호텔과 비슷했고 바닥은 카펫이 아닌 큼지막한 타일로 깔린 것이 특징이었어요.
2층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고 샤워하는 물은 바닷가의 연수라서 그런지 약간 미끈거리고 소금기가 감돌았습니다.
22일, 아침 일찍 다음 여행지로 출발하려고 차에 짐을 실으려다 깜짝 놀랐습니다.
렌터카 뒤의 오른쪽 범퍼가 떨어진 채 덜렁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자세히 보니 이미 사고 나서 떨어진 범퍼를 제대로 고치지 않고 슬쩍 붙여 끼운 것이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하! 보증금.... !
차가 망가지면 보증금에서 돈을 뺀다고 열심히 설명하던 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퍼뜩 난 저희는 다시 렌터카 센터로 돌아가 항의했지요.
새로 바꿔준 차는 노 옵션이었습니다. 유리창도, 네 문의 잠금도 일일이 손으로 하는.... 그래도 작긴 했지만 잘 달리긴 했습니다.
오전 시간을 렌터카를 바꾸는데 소모되자 미리 계획해둔 여행 스케줄이 지연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숲 전경을 보고 천천히 섬 전역을 투어 하려고 했는데 밤이 금방 돌아왔고, 처음 가는 길이라 GPS로 빙빙 헤매다 새 도시를 찾아가지 못하고, 23일 새벽 세 시경에 다시 첫날 묵은 숙소로 되돌아왔습니다. (다행히 빈방이 있었지요.)
종일 시간을 길에 소모해 짜증이 났지만 카리브 해 아열대 섬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수풀 속 정경과 음식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23일, 아침을 먹은 후 계획을 바꿔 섬 전역 투어를 접고 근처 바닷가로 배를 타러 갔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 배가 뜨지 못했습니다. 배는 타지 못했어도 느리고 한가하게 노니는 개들이 참 인상적이었지요. 거센 파도가 이는 바닷가를 구경하고 맥주 한 캔을 마셨는데 갑자기 몸이 무겁고 졸음이 쏟아져 숙소로 돌아와 오후 늦게까지 자 버렸네요. (ㅜㅜ...~ 여행 가서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
저녁이 되자 다시 바닷가로 나가 사람이 무척 붐비는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나온 "옥토퍼시 샐러드"의 옥토퍼시가 통조림 문어 한 컵 정도를 잘게 잘라 무덤덤한 맛의 양념에 무친 것이었어요. 제가 야채를 원해 주문한 샐러드인데 야채는 없고 고소한 맛이 다 달아난 퍽퍽한 문어 살만....... 가격은 16불이었는데 원 세상에 바닷가에서 통조림을 사용하다니....
(음식이 늦게 나온 건 동양인을 약간 차별하는 듯....)
24일인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메리칸 플라자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라 워낙 붐벼서 파킹할 곳 찾기가 어려웠지요. 플라자 안은 미국 백화점과 상점이 즐비했습니다. 가격도 큰 차이는 없었구요. 이 섬의 지리적 특성상, 남아메리카와 자잘한 아열대 섬들에 빙 에워싸여 있어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거로 보였습니다.
오후에 방문한 캣슬은 오랜 유적지의 장엄한 역사의 장을 보여 주는 듯 우람하고 거대하고 튼튼했습니다.
아마 제대로 캣슬을 살펴보려면 하루는 족히 걸릴 것 같은데 저희는 여정 때문에 두세 시간만 둘러봤습니다. 조그맣고 귀여운 도롱뇽들이 기어 다니며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성곽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정경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마지막 숙소를 옮긴 후, 깨끗한 모래가 깔린 다른 비치에 가서 바다와 파도 구경을 하고 돌아왔는데 새 숙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자꾸 팔 뒤꿈치 주위를 물었습니다. 호텔 직원들은 모기라고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가렵고 따끔거렸어요! 물론 준비해간 약을 발랐지요.
25일 마지막 여행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 근처의 바닷가에 일출을 보러 갔습니다.
아! 저런.......!
오랜만에 본 경이로운 일출의 장관은 두 눈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했지요.
더구나 해 뜨는 위치가 오른쪽 측면이고 때마침 예쁜 양떼구름이 엇비스듬하게 하늘에 크게 누벼져 있어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드디어 해가 둥실 떠오르고 사면이 더욱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아뿔싸, 치워지지 않은 모래사장과 아름다운 대자연의 묘한 앙상블에 약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 저희는 짐을 꾸려 렌터카를 돌려주고 공항으로 가서 가방 한 개를 부치고 달라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비행기 안은 세 사람이 앉았는데 제가 가운데 앉고 제 옆 통로 자리에 뚱뚱하고 덩치 큰 아줌마가 감기에 잔뜩 걸린 채 무려 다섯 시간을 곁에서 기침하면서 댈러스로 날아갔습니다.
현지시각 오후 3시 45분에 도착한 댈러스에 갑자기 큰 눈이 와 저희는 비행기 안에서 1시간이나 기다리다 내렸지요.
집으로 가는 비행기는 저녁 9시 이후로 늦춰졌다가 또다시 눈 때문에 취소되고 저희는 공항에서 지정해준 호텔로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하룻밤을 더 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화장품과 세면도구를 짐으로 부쳤기 때문에 제가 까무러질 지경이었어요!
솔직히 화장 안 한 민얼굴은 엄마도 몰라본다는 우스갯말이 있잖아요?
제 나이에 민얼굴로 공항에....... (u~~ ps....)
그날, 공항에서는 다음 날 아침 7시 비행기를 제시했지만 제가 피곤한데다 새벽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 오후 1시 55분 행으로 바꿨습니다.
댈러스의 호텔에서 치약과 세면도구를 현금을 주고 샀는데 다음날 체크아웃할 때 숙박료에 적혀 있어 다시 고치고 집에 오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26일, 드디어 디트로이트로... 그런데 갑자기 디트로이트에 눈이 오기 시작해 아이가 미끄러운 길을 힘들게 운전해 비행장으로 저희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런데... 짐이! 짐이 안 보였습니다.
저녁 늦은 비행기로 짐이 도착한다는 직원의 말에 저희는 모두 집으로 갔다가 밤 10시경에 얘들 아빠와 아이가 다시 공항에 갔는데 짐이 없어졌습니다.
공항 직원들 말로는 아침 비행기로 짐이 먼저 왔다고 합니다.
제 짐은 어디에???
가방 안에는 그동안 갈아입은 빨래가 절반이고 신발, 화장품, 세면도구, GPS, 전자사전, 우산, 비옷, 사전, 컴퓨터 전화 카메라를 연결하는 각종 전선, 잠옷 등.... 하찮은 것 같지만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 들어있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었지요.
다행히 랩톱이나 여권 등 귀중품은 손가방에 들어서 큰 피해는 없지만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원, 저런... 또 생각났습니다!
내 안경! 돋보기!! 선글라스!
그것들은 팔려면 돈이 전혀 안 되지만 새로 사려면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소비되고........
거기에다 건강 관리에 아주 철저한 제게 감기 기운이 보이며 머리가 지끈거리고 힘이 없고 콧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이 삼일 동안 탈레놀 먹고 이불 뒤집어쓰고 일부러 땀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생병 나기도 하나 봅니다.
무엇보다도 눈 오거나 밤 운전을 할 때 안경이 필요하고 책 볼 때도 돋보기가 필요한데 정말 속이 상했지요. 1959년생인 제가 벌써 내년이면 54세가 되거든요. 솔직히, 준 할머니입니다. 아닌척하지만요.......
28일, 저는 당장 필요한 로션과 헤어젤 등을 새로 사왔습니다. 짐이 언제 찾을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아! 그런데....
세상에는 구호 천사가 있나 봅니다. ^^
2012년 12월 29일 오후 12시 5분에 공항에서 짐을 찾았다고 저의 집까지 배달해 주었습니다.
저는 동치미를 담그다 말고 가방이 도착하자 너무 반가워 달려 나가 사인하고 팁 5불 주고....
누군가 잘못 가져갔다가 다시 되돌려 공항에 가져온 듯싶습니다.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GPS 화면만 깨지고 다른 것들은 다 무사한 것 같았습니다.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안경들이 돌아와 정말 기뻤습니다. 새로 안경을 맞추려면 시력 검사며, 안경테 고르는 일이며.......
아직 감기가 다 낫진 않았지만 2012년 크리스마스 여행이 준 교훈.......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일화는, 공항 내에서 한 젊은 미국 여성이 조그마한 물 한 병을 사가지고 남자 친구에게 다가와 어색한 표정으로
" 3불.... "
이라고 말하자 그 남자 친구 왈!
" It's trip! " ~ 그게 여행이야!
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아!" 하고 감탄하며 그 젊은 친구들에게서 큰 교훈을 얻었지요.
" It's trip! "
우물에서 숭늉 찾지 않듯이 여행 중에는 집생각은 잊고 현지에 적응하며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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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적은 글이었습니다. ^^
혹시라도 외지에 여행하시려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2012년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지요?
별로 알려지지 않고 또 널리 읽히지도 않은 책의 홈페이지를 찾아 주시는 우리 독자님께 유형이 마음 깊이 머리 숙여 감사 인사 올립니다.
새해에는 모든 일이 발전하시기를 기원하고 꼭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안유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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