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Thursday, April 28, 2011

4월의 비






안녕하세요!

YH입니다.

4월도 벌써 한발 한발 지나가나 봅니다.
초순에는 따사로운 봄기운을 보이더니 몇 주 전에는 눈이 왔고 요즈음 며칠 동안에는 비가 내립니다.

4월의 비......
문득 예전에 썼던 시의 제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였던가 비가 오는 날이면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종종 커피를 마시곤 했던 기억이 나곤 합니다.
제가 자주 갔던 곳은 음반으로 음악을 틀어주는 뮤직 박스가 있는 곳이었지요.

비가 오는 날이면 구수한 커피를 마시며 신청곡을 청해 듣곤 했는데 저는 클래식에서 팝송, 뽕짝까지 거의 모든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라 비에 관한 음악은 다 좋아한답니다.

비를 소재로 한 노래는 가사가 주로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많지만, 곡의 밀도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음색과 가창력은 심오한 타령에 맥이 이어지는 혼을 노래한 곡이 많아서 애절한 곡을 듣고 난 뒤에는 슬프다기보다는 오히려 가슴이 후련해지곤 했습니다.

비 오는 날,
차를 마시며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그 때는 미처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참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약간 보헤미안 기질이 있었는지 이따금 바다를 찾아가곤 했어요. (그래서 "달빛"에 바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곤 하지요. ^^)
물론 저 혼자입니다.
독자님들께서는 의아하게 생각하실진 모르겠지만 제가 워낙 취미가 많다 보니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낼 친구를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거든요.
취미 생활에 익숙한 저는 종종 일요일이면 아침에 버스를 타고 바다에 가서 그곳에서 바다를 보고 돌아와 오후에는 각종 전시회를 둘러보곤 했습니다.

이따금 바다를 보고 오면 가슴속이 후련해지곤 했어요.
물가를 걷기도 하고, 물을 바라보고 몇 시간이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기도 하고......
성격이 급하신 분들은 도무지 이런 저를 이해하시지 못할 겁니다.

아 참!
저는 친구도 많고 가족도 많답니다.
육 남매 중 다섯째 였으니까요. ^^

제 친구들은 매력적이고 참했기 때문에 다들 일찍 결혼했답니다.
저는 절대 중매(?)를 권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결혼을 미루다가 그 당시 여자나이 서른은 용납하기 어려운 시대라서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이 되던 해(1987년)에 선을 보고 결혼하게 되었지요.

"달빛"의 여주인공 현아 와는 많이 비교되지요? ^^
현아는 시골에 부모님께서 사시고 자매가 있고 자유롭게 사랑을 하고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게 되었으니까요.
아마 저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했으니까 소설을 통해서나마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글이란 참 매력있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생각에 따라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저의 잠재적인 허영심(?)이 슬쩍 들켜버렸네요! ^^
피터나 쟌은 더할 수 없는 멋진 캐릭터이니까요......

피터는 여자라면 누구나 마음 설레일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렸고
쟌은 제가 결혼하고 싶었던 이상형을 그렸답니다.


"달빛"에는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요.
여주인공 현아가 쟌의 식당에 음식 레시피를 만들어 주고, 플랭클린 교수부인 낸시와 친구들에게 한국요리를 강습한 이야기를 삽입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답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당시, 저는 음식을 전혀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국제 전화로 한국에 통화해서 부랴부랴 음식 만드는 법을 종이에 받아 적었고, 식생활에 대한 예비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황당한 경험을 많이 겪었던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소설의 주인공만큼은 음식을 할 줄 몰라 쩔쩔매지 않는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캐릭터로 그리고자 했습니다.

물론 저는......
미국에 와서 처음 10여 년 동안은 앞 뒤 안보고 오로지 음식 만들기에 열공을 들였지요.
무수한 저의 요리 선생님 중, 한국에서 보내오거나 산재해 있는 공공 도서관의 요리책들과 한국의 각 지방에서 이민 오셔서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하신 할머님들의 솜씨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때로는 식당에서 먹었던 기억보다 더 깔끔하고 맛깔스럽게 음식을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늦게나마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5월이 오고 있지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4월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며 "달빛"의 주인공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Apr 29, 2011

*** Y H 드림 ***


The Cascades - Rhythm Of The Falling Rain

송창식 - 비의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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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5, 2011

"달빛" 67쪽 "인터넷 이야기"




안녕하세요!
YH입니다.

벌써 4월이 왔습니다.
지난 며칠간 부슬부슬 비가 내렸습니다.
봄비가 온 거지요.
오늘은 차분히 인터넷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달빛"고향, 고향 집 67쪽에 "인터넷"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외국에 나와서는 새롭게 닥치는 현지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바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20여 년 전(1980년대 말)에는 한국에서 부쳐온 책을 보거나 이웃끼리 한국 신문을 돌려 보곤 했습니다.
1년 반 전에 작고하신 저의 아버님께서는 그 당시에 "신동아"와 "월간 예향"을 매달 보내주셨습니다. 저의 집이 광주(光州)이고 제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예술의 혼을 잃지 말라는 깊은 생각이셨던 것 같습니다.

"신동아"와 "현대 문학"은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아버님께서 정기구독하셨습니다.
저는 어렸지만(초등학교? 1960년대 말) 두 월간지 뒤에 수록된 소설 읽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글로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신동아"의 활자체가 세로로 몇 칸 나열되었고 한자가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현대 문학"에는 박경리 선생님의 장편소설 "토지"가 흑백의 나무판화 그림과 함께 오랫동안 연재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때 보았던 목판화의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머리를 땋거나 낭자를 한 여자의 옆모습입니다.)
몇 년 전에 방영된 "토지"는 드라마를 빌려다 보았지만 그 당시에 제가 읽었던 "서희"라는 이름은 지금까지도 따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온 뒤로는 책도 귀하고 신문도 귀하던 소도시에서 어쩌다 한국에서 사람이 오거나 방문할 때 가져온 책은 아주 큰 선물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가 사는 주에는 한국 서점이 없고 네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큰 도시에 한국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부터는 누구나 온라인으로 책이나 물건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인터넷......
오래 전 미국의 야후 사이트가 처음으로 생겼을 때는 정말 신기했답니다.
제가 영어를 잘하진 못했지만 야후에는 많은 정보와 뉴스들을 잘 정리해서 꾸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야후 사이트가 생겼습니다.
그때의 반가움과 신기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외국에 살다 보면 늘 고국의 소식이 궁금해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갓 고국을 떠나온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 당시 입과 입을 통해서 전해 들은 이야기들은 자칫하면 포수가 총을 쏘지 않았는데도 곰이 너덧 마리 죽었다는 이야기로 비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소도시에는 한국신문이 일주일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늘 신문이 아니라 구문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에 한국의 각 신문사와 포털들이 하나 둘 조그맣게 오픈하면서 새 소식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기분!
마치 환하게 눈이 뜨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모 신문사에서는 수년간의 월간 잡지를 한꺼번에 수록해 두어 미국에 온 후 한국에 관한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워낙 글읽기를 좋아했으니까요. ^^

처음으로 그 신문사에 회원가입을 해서 "소월"이라는 닉내임으로 글도 올리곤 했습니다. (1999년 가을)
여기에서 저의 눈치 없음(?)이 드러납니다.

한국분들은 "소월"이라는 닉내임을 잘 쓰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소월 김정식님은 워낙 유명한 시인이시고
두 번째는 서른셋의 짧은 나이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런 사심(눈치) 없이 그저 소월의 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무작정 제 아이디를 "소월"로 쓴 것입니다.
이렇듯 한국분들과 외국에 사는 사람들은 사고방식이 약간 차이가 있답니다.
그것을 이해하시려면 외국에서 오래 사시면 됩니다.
감정이 덤덤해지고 단순하고 진솔해집니다.

아무튼 저는 한국의 인터넷이 발달하자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듯이 글이란 글들은 다 읽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사이트들을 잘 꾸려 놓으셨더군요.

외국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각종 병 질환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
인간사 살아가는 심리학 이야기
홈페이지를 잘 꾸미는 기법에 관한 설명들
예술 작품들과 요리 레시피와 창작 글들
하루하루 새로운 내용이 바뀌는 신문들......

인터넷은 훌륭한 백과사전이자 많은 것들을 알기 쉽게 가르쳐 주는 고마운 선생님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사는 곳이 한국처럼 대중교통 시설이 잘 발달하고 친구나 아는 사람이 많고 돌아다니기 좋았다면 인터넷을 가까이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제가 활달하거든요.

그런데 외국에 살면서 채워지지 않는 것들과 시간들......
자연히 인터넷에 눈을 돌리게 되어 있지요.
좋은 글들을 보면 삶의 활력이 생기곤 합니다.
그것들은 잠자는 지각을 두드려 끝없이 생각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상은 비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인터넷의 발달을 처음부터 주욱 지켜봤기 때문에 엄격히 관리하는 편이라 개인 블로그 몇 개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시대가 많이 흐른 지금,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
좋은 정보, 정확하고 바른 소식을 잘 가려내는 것도 인터넷 마니아들의 큰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Apr 5, 2011

*** YH 드림 ***

(아, 근데 사진을 보니 제 디지털카메라가 실물보다 더 둥그렇게 찍히는군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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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25, 2011

Bye Ms. Liz!






안녕하세요!

YH입니다.

며칠 전에 한 시대를 풍미한 할리우드 여배우 리즈 테일러의 타계 소식을 들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배우이고 또 아름다웠기 때문에 classic 영화 마니아들께서는 많이 서운하셨을 거라고 봅니다.

인간의 삶이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장춘몽인가 봅니다.
영웅도 미녀도 평범한 우리네 인생도 다 마찬가지인 거지요.

오래전 한국에 있을 때 저는 영화를 무지 좋아했습니다.
늘 개봉관 조조 프로를 보러 갈 정도로 새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영화비가 2,500원이었는데 이른 아침 10시나 11시에 시작하는 조조는 2,300원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TV에서도 좋은 영화를 상영하곤 했는데 저는 주말의 명화들을 자정이 넘도록 즐겨봤답니다.

할리우드의 클래식 여배우 중, 가장 아름다운 배우를 꼽는다면 "오드리 헵번"과 "마릴린 먼로"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세 여배우가 떠오릅니다.
(물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멋진 배우들이 있지요.)

그 중 저는 오드리 헵번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그레고리 펙과 열연한 흑백영화 "로마의 휴일"을 위시로 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저는 연기보다도 그녀의 청순한 외모를 지금도 무척 좋아한답니다.

마릴린 몬로 이야기는 제 소설 "달빛" 127쪽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피터가 현아에게 "돌아오지 않는 강"을 찍은 곳을 가리키는 장면이 전개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영화 중에서 가장 그녀를 잘 표현한 영화는,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There's No Business Like Show Business (1954년)"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마치 샤넬 No.5를 농축시켜 놓은 듯한, 짙은 향을 내뿜는 매혹적인 흑장미 같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배우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그녀의 영화는 거의 다 보았습니다.
제임스딘, 록 허드슨과 열연한 "쟈이안트"라든지 몽고메리 크리프트와 함께 한 "젊은이의 양지" 등에서 세기의 미녀인 리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도 보았지만 그래도 청순했던 그녀의 초기작이 제게는 신선하게 와 닿더군요.
"작은 아씨들"의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과 "National Velvet"에서 어리지만 당찬 연기를 보여 주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한 세기에 굵은 발자국을 남기고 간 영화계의 큰 별임이 틀림없습니다.

아름다움......
과연 아름다움이란 뭘까요?

마치 꽃처럼 우리 인간도 젊었을 적에는 화려하게 그 향기를 내뿜다가, 날이 지나면 차차 꽃이 시들어 가듯이 우리 인생도 한발 한발 노년을 향해 다가 갑니다.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지요.
가만히 놔두어도 시간은 흘러가고 이 밤을 지새고 나면 어김없이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글로서리에서 장을 보고나서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 있을 때, 진열대 위의 매거진 표지를 장식하는 리즈의 아픈 모습이 눈에 띄곤 했습니다.
그녀가 건강 관리를 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녀는 갔지만 그녀의 고왔던 모습과 주옥같은 명화들은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 YH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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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13, 2011

두 일본 부인 이야기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저희 동네에는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IMF 이후에 유료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막내가 유치원에 들어가자 저는 오전 클래스에서 미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 틈에 끼어 미국의 세시풍습과 문화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클래스에는 저처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온 주부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한 부인이 기억에 남아 이렇게 글을 적어 봅니다.

한 학기가 끝나고 마지막 날, 클래스에서 피크닉을 갔습니다.
전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일은 각자 음식을 한가지씩 가지고 와서 한꺼번에 차려놓고 점심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그 말을 가볍게 생각하고 아마 머핀을 사가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튿날, 공원에 도착한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집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피크닉 테이블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보통 학생들은 저처럼 닭튀김이라든지 샐러드나 빵 등을 사오거나 음료수나 과자를 가져왔는데 한 젊은 부인이 조심스럽게 찬합의 뚜껑을 열었습니다.
거기에는......
예쁘고 정성스럽게 만든 아기 주먹만 한 스시가 골고루 줄을 맞춰 담겨 있었습니다.

스시는 맛도 훌륭했습니다.
그때 저의 충격과 놀라움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물어보는 저는 그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언제 이 스시를 만들었나요?"
"아,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서 만들었어요!"

저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ESL CLASS PICNIC을 위해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스시를 만들다니.......
재료는 전날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 같습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몸집이 자그맣고 깔끔한 그 일본 부인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후로 어느 모임이건 음식을 만들어 가야 할 때면 저 나름대로 성의껏 준비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정말 고마운 교훈이었습니다.


9년 전이던가 제가 커뮤니티 클래스에서 도자기를 시작한 지 2~3년쯤 되던 이야기입니다.

첫해는 누구나 다 그렇듯이 버벅거리다가 두어 해 지나자 조금씩 작품에 꼴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클래스에 저보다 나이가 어린 일본 부인이 두 명 다녔습니다.
그 중 한 부인의 이야기 입니다.

참 성실해 보이는 그 부인은 아기가 없었습니다.
취미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부인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제게 작품의 아이디어와 색감에 대해서 물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도자기를 하러 가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시간 뺏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음, 이해해 주시길 바라구요~ 작품을 만드는 동안 정신을 집중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부인이 상냥한 미소로 물어오자 시간을 내서 가르쳐 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어찌나 좋아하면서 고맙다고 하던지 가르쳐 주면서도 시간이 아깝다거나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젊고 귀여웠던 그 부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만난 여러 일본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두 일본 부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지진으로 인해 재난을 당한 보도를 계속 접하고 있습니다.
너무 놀랍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면서 배울 점이 많았던 일본이었습니다.
잘하기 때문에 무언가 배울 수 있고 배움으로써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곳에 사는 어느 누구라도 인명이 가장 소중하고 귀한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본에 생겼는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연재해인가 봅니다.
말도 행동도 진리도 그 무엇도 안 통하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더는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할 텐데 들려오는 것은 암울한 소식들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께 마음으로나마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Mar 14, 2011

*** YH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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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28, 2011

"달빛" 253쪽 잡채 이야기




"달빛" 253쪽 플랭클린 교수의 생일"잡채 이야기"가 나옵니다.


- 현아!
어제 보내준 레시피 잘 받았어요.
오늘 한국식품점에 가서 재료를 사서 잡채를 만들어 봤는데
현아가 집에 가져온 것과 똑같은 맛이 나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만든 잡채 사진을 찍어서 함께 보내요.
우리 앞으로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해요.
고마워요!
낸시 -
메일에는 잡채를 예쁜 접시에 담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본 현아는 감탄을 했다. 낸시는 예술가답게 멋진 잡채를 완성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온 것이다.


언제였던가, 아마 6~7년 전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틈을 타서 도자기를 배우러 다녔습니다.

25 분간 차를 타고 길드에 가서 서너 시간 동안 온몸에 진흙 범벅이 되어 물레를 돌리거나 Hand Building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기 전에 집에 도착하곤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동양마켓에 들러 사 먹었던 크림 빵과 캔 커피의 맛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오래전(27,8년 전) 눈 오는 밤 한국의 포장마차 집에서 먹었던 가락국수와 버금가는 맛입니다.
그때 제 단골 포장마차 아줌마는 제게 삶은 계란 한 개와 고추 양념을 국수 위에 듬뿍 얹어 주셨지요. (원래는 가락국수 한 그릇에 삶은 계란 반 개를 얹어줬거든요. ^^)


이따금 길드에서는 도예 하는 친구들끼리 간단한 파티가 있었는데 어느날 제가 잡채를 만들어 가져갔습니다.

아! 그런데 이 친구들이 잡채를 먹어보고는 제게 "레시피 좀 적어주지 않을래?"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흔쾌히 승낙하고 집에 돌아와 잡채 레시피를 아주 쉽고 간략하게 요약했습니다.
양념이 복잡한 시금치는 빼고 대신 피망과 각종 버섯을 첨가해 누구든지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정리한 레시피를 아이와 함께 영어로 번역하여 프린트했습니다.

며칠 후, 레시피를 친구들에게 갖다 주자 그들은 이삼일 사이에 제가 깜짝 놀랄 정도로 잡채를 잘 만들어서 가져와 제게 정확하게 만들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들은 미국인들입니다.
부모나 조부모, 또는 증조부 모가 세계 각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지요.
그 중 한 친구는 인터넷을 뒤져 제 레시피에 적혀 있지 않은 시금치까지 넣고 잡채를 만들어와 제게 자랑스럽게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들에게 잡채를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솜씨에 약간 놀랐답니다.
레시피만 있으면 한국 사람보다도 더 정확하게 한국 음식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자기를 하는 친구들이기는 하지요.


아련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던 그때의 일을 제 소설 "달빛"에서 공예를 전공한 플랭클린 교수부인 낸시에 비유하여 자연스럽게 써내려간 것 같습니다.

누구나가 좋아하는 잡채는 언제든지 레시피를 보고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재료를 기름에 볶는 과정이 중국식 조리법에 가깝지만, 많은 대중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가장 무난한 음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Feb 28, 2011

*** YH 드림 ***


*** 그때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던 잡채 레시피입니다. 6인분이 아니라 4인분인데 잘못 적은 것 같습니다. 간장도 1큰술 더해야 하고요. (저는 이따금 이렇게 실수도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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