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Sunday, March 13, 2011

두 일본 부인 이야기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저희 동네에는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IMF 이후에 유료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막내가 유치원에 들어가자 저는 오전 클래스에서 미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 틈에 끼어 미국의 세시풍습과 문화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클래스에는 저처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온 주부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한 부인이 기억에 남아 이렇게 글을 적어 봅니다.

한 학기가 끝나고 마지막 날, 클래스에서 피크닉을 갔습니다.
전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일은 각자 음식을 한가지씩 가지고 와서 한꺼번에 차려놓고 점심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그 말을 가볍게 생각하고 아마 머핀을 사가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튿날, 공원에 도착한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집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피크닉 테이블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보통 학생들은 저처럼 닭튀김이라든지 샐러드나 빵 등을 사오거나 음료수나 과자를 가져왔는데 한 젊은 부인이 조심스럽게 찬합의 뚜껑을 열었습니다.
거기에는......
예쁘고 정성스럽게 만든 아기 주먹만 한 스시가 골고루 줄을 맞춰 담겨 있었습니다.

스시는 맛도 훌륭했습니다.
그때 저의 충격과 놀라움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물어보는 저는 그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언제 이 스시를 만들었나요?"
"아,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서 만들었어요!"

저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ESL CLASS PICNIC을 위해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스시를 만들다니.......
재료는 전날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 같습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몸집이 자그맣고 깔끔한 그 일본 부인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후로 어느 모임이건 음식을 만들어 가야 할 때면 저 나름대로 성의껏 준비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정말 고마운 교훈이었습니다.


9년 전이던가 제가 커뮤니티 클래스에서 도자기를 시작한 지 2~3년쯤 되던 이야기입니다.

첫해는 누구나 다 그렇듯이 버벅거리다가 두어 해 지나자 조금씩 작품에 꼴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클래스에 저보다 나이가 어린 일본 부인이 두 명 다녔습니다.
그 중 한 부인의 이야기 입니다.

참 성실해 보이는 그 부인은 아기가 없었습니다.
취미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부인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제게 작품의 아이디어와 색감에 대해서 물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도자기를 하러 가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시간 뺏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음, 이해해 주시길 바라구요~ 작품을 만드는 동안 정신을 집중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부인이 상냥한 미소로 물어오자 시간을 내서 가르쳐 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어찌나 좋아하면서 고맙다고 하던지 가르쳐 주면서도 시간이 아깝다거나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젊고 귀여웠던 그 부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만난 여러 일본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두 일본 부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지진으로 인해 재난을 당한 보도를 계속 접하고 있습니다.
너무 놀랍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면서 배울 점이 많았던 일본이었습니다.
잘하기 때문에 무언가 배울 수 있고 배움으로써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곳에 사는 어느 누구라도 인명이 가장 소중하고 귀한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본에 생겼는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연재해인가 봅니다.
말도 행동도 진리도 그 무엇도 안 통하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더는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할 텐데 들려오는 것은 암울한 소식들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께 마음으로나마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Mar 14, 2011

*** YH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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