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Tuesday, December 31, 2019

시(詩)가 뭐길래....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1990년도 중반, 이민 초창기라 무척 바쁜 나날이었지요.
직장에 나가는 남편과 유치원과 유아원에 다니는 아이 둘, 유학 온 남동생, 저.... 다섯 명이 작은 집에서 부대끼며 살던 때입니다.
저의 일상은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동생 도시락 두 개씩 싸서 학교 보내고 그땐 무료였던 ESL AM class에 달려가 영어 공부하고, 오후엔 아이들 pick up해서 살림하느라 정신없었지요.
그러면서도 교회에 다니며 남편이 유학생이 많은 지역 구역장을 맡아 2년간 구역 살림까지 도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지난 시간에 비하면 호사였어요. 

새 도시로 이사 오기 전에는,
1987년 미국에 오자마자 학생 촌에 살며 첫아이 낳기 전까지 식당에서 물 따르는 일을 했어요. 1989년, 남편이 임시직으로 직장을 잡아 이사한 시골 도시에서는 Flea Market에서 장사했습니다. 네다섯시간 걸리는 뉴욕의 맨해튼과 시카고의 로렌스 한인 상가에 남편이 직접 운전해 가기도 하고, 우편으로 주문도 하며 귀걸이며 목걸이, 시계, 가방 등을 일주일에 각각 다른 두 Flea Market에 나가 팔았답니다. 아마도 제가 178Lb 나가던 시절이었나 봅니다. 돌이 안된 딸아이 등에 업고, 세 살 된 아들 손 잡고 기저귀 가방 들고.... 물건 하러 맨해튼과 로렌스 도매상을 기웃거리던 뚱땡이 아줌마가 바로 접니다. 
그것도 상점도 아닌 작은 Flea Market의 좌판에 깔려고....
나중에 살 빼려고 YWCA에 등록해 에어로빅과 수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1992년, 세 번째 도시로 남편이 직장을 옮겼습니다. 
저는 바로 Flea Market을 찾아가 새로 주문한 물건을 진열하고 손님을 기다렸지요. 
그런데....
물건이 안 팔렸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분석해본 결과 시골과 중소 도시의 문화 차이였어요.
전에 살던 시골에는 나이 든 백인 여자들이 많았습니다.  예쁘고 깨끗한 디자인에 가죽 제품을 선호했지요. 그런데 새로 이사 온 중소도시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고 여자 손님들이 주로 Brand 제품을 찾는 거였어요. 설령 가짜래두요. 
(저는 가짜는 팔지 않았습니다)
실망한 저는 작은 실패를 하고 물건을 넘기다시피 다른 딜러에게 주고, 가정으로 돌아와 이런저런 공부와 살림과 교회 일을 하게 되었지요. 제 나이 30대 중반이었나 봅니다.

그 당시, 교회에서는 매년 성탄절이 되면 구역별 성가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첫해에 저희 구역은 저희 집을 많이 빌려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런데 이듬해에는,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성가 발표는 생략하고 대신, 제가 시를 낭송하기로 했습니다. 
'과연 잘 써질까?' 
마음속으로 의구심도 들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책임감에서 시를 쓰게 된 거지요. 
저는 1주일 동안 밤낮으로 열심히 성서를 완독했습니다. 워낙 두껍고 분량이 많고 여러 해 동안 많은 사람이 기록한 내용이라 방대했지만, 무섭게 집중해서 읽고 보니 성서의 문장 형태가 그 시대 유명작가의 문장 스타일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걸 발견했어요. 물론 그때 생각입니다. 지금은 원서라야 내용이 정확하다고 봅니다. 번역본은 번역자의 생각도 잠재적으로 삽입된다고 보거든요. 물론 제가 통독한 성서는 번역본이었습니다.

저는 몇 주간 밤낮으로 기도 올리며 장문의 시를 지었습니다. 신앙심이 깊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꼭 참가할 자리를 메꾸려는 게 솔직한 저의 고백입니다. 그래도 성서를 읽고 시를 짓는 동안은 온전히 주님께 몰두해 주님과 하나가 되어 크리스마스를 위한 시를 지었습니다.

그때 낭송한 저의 시(詩)입니다.


(聖)스러운 이 밤에...... 

태초(太初)에 야훼께서
온갖 지상의 만물을 창조하시고
이 땅에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습니다.
그들의 후손인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잉태되어 나셨습니다.

(聖)스러운 오늘 밤!
2 천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주님의 탄신 전야(前夜)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주여!
오늘날 지구상에는 많은 나라와
무수한 인종이 뒤섞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인간들은
행복하고 평온하게 한평생을 지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숱한 역경과 고난에 처하기도 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에 도와주는 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동반자이듯이
주님께서는,
당신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나누어 주시어
꺼지지 않는 
영혼의 촛불을 밝혀 주십니다.

주여! 
당신이 유다 베들레헴에 태어나실 때
천사께서 요셉의 꿈에 나타나
마리아의 잉태함은 성령의 뜻이라 하시고
주께서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여!
저희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파스칼은 말하기를
"어찌하여 나의 지식에는, 나의 키에는
한계가 있는 것일까?
어찌하여 나의 수명은
천(1,000) 년이 아니라 백(100) 년인가?
무한(無限) 속에서 보면
어느 수(數)도 다른 것보다 나을 수 없는데
그 무한 속에서 다른 수(數)보다
백(100)을 택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모든 게 자연의 이치인가?
무슨 까닭에 자연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나?"

생각이 많은 저희 인간들은
자신도 모르게 죄에 빠져들곤 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
또는 사제를 통하여 고백하는 저희의 잘못이
감로에 싸인 주님을 찾아 죽이려던 
헤로데 왕의 죄보다 더 무겁다 할지라도
진정한 사랑으로 저희를 회개(悔改)하게 하시고
당신의 품 안에서 용서(容恕)하여 주십니다.

주께서....
요르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저희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당신은
광야에서 악마를 물리치시고
갈릴레아에서 전도를 시작하시고,
율법을 완성하셨습니다. 

주여!
인간의 삶이란,
오욕칠정(五慾七情)에서 벗어남이 없는
일장춘몽(一場春夢)과도 같다 합니다.
때로는, 
주위의 환경에 의해서
이백(李白)과 같은 호방(豪放)한 기질이
두보(杜甫)와 같이 현세(現世)적으로 변하는 생활 속에서,
많은 이들은 당신께 의지하며
자신을 잃지 않고자 기도드립니다.
주께서,
많은 병자를 치유하시고 성령을 불어넣어 주시듯이
당신의 은총으로 저희의 영혼 속에
안식과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을 팔아넘긴 유다와
당신을 부인한 베드로는,
인간사의 엄청난 기밀이
가장 가까운 이에서 새어 나가는
오늘의 현실을 상기하게 하여 줍니다.

주여!
주께선 가시관을 쓰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골고다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야훼의 오른편에 앉으셨습니다. 

주여!
당신의 박애주의(博愛主義)와 인도주의(人道主義) 정신은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순교정신(殉敎精神)'에 이어지고,
2 천여 년이 지난 오늘날
당신을 숭상하며 경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정한 신앙이란
이성과 습관과 영감에서 온다고 합니다.
'이지(理智)'로 신을 믿는 자들과
'감각(感覺)'으로 신을 믿는 자들이
형식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신에 대한 경건함과 숭고함은 일치한다고 합니다.


성탄전야(聖誕前夜).......
아름답고 성(聖)스러운 이 밤입니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합창 소리와 함께
주님의 "행적(行跡)"과 "역사성(歷史性)"을 기리며,
온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당신의 사랑 안에 축복받는 자녀들이 
이 자리에 모여
"아기 예수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1995년 12월 24일


성탄전야.... 
다른 구역들의 성가발표에 이어 제가 시를 낭송했습니다. 제게는 큰 영광이었지요.
다시 제가 저의 시를 정독해 보니 "성서"와 파스칼의 "팡세"를 많이 인용한 것 같습니다.

그 후 어느 날, LA에서 발간한 한국 신문을 보고 있던 남편이 신문에 난 사진을 보여주며 제게 말했습니다.
"이 사진 좀 봐! 당신과 10년간 살아오면서 느낀 건데 꽃을 하면 어떻겠어? 꽃이 맞을 것 같아."
사진에는 한 여성이 자신이 디자인한 아름답고 커다란 꽃장식을 안고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무슨 꽃...."
저는 단칼에 거절했는데 남편은 제게 꽃 디자인 공부를 은근히 권했던 거지요. 
1990년대 중반, 한국 인터넷은 야후도 설치되지 않았고 미국 야후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생이나 전문인이 아닌 경우, 컴퓨터로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게임만 할 수 있던 시절입니다. 예능 쪽으로 무얼 할까 이것저것 찾고 있던 저에게 남편이 권유한 꽃....
선뜻 내키진 않았지만 꽃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디자인 스쿨에 등록하고 열심히 배웠어요.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꽃들을 거의 다 실습하자, 미친 듯이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야생 꽃과 풀....레이스, 장신구들....일단 눈에 띄는 건 모두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디자인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꽃가게에서도 열심히 일했어요.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보니 교회 제대 꽃을 장식 하고 있었습니다.
토요일마다 꽃시장에 가서 가장 싱싱한 꽃을 골라 교회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꽃을 꽂은 뒤, 아무도 없는 제대 앞에 꽂을 장식하고, 자리에 앉아 5분 정도 기도와 묵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아쉬운 건 제가 디자인한 꽃들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겁니다.   

1987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의 이야기였어요.~
제목의 "시(詩)가 뭐길래...."는 이제까지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이 종종 생기자 한 번 적어본 겁니다.

우리 젊은 기자님들....
아줌마 나이가 60이 넘었어요. 
기자님 중에는 신앙이 있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가난한 구역 구역장을 처음으로 이사 온 저희가 맡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주위 돌보며 지내다가, 성가 연습할 집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제가 시를 낭송하게 된 거랍니다.
"영적 질투"가 뭔지 저는 몰랐습니다.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지요.
제 시를 여기 올린 이유는 많은 분이 종교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저의 시를 이해 하실거로 믿습니다.
저는 이 시로 인해 지금까지 한국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것 같습니다. 컴퓨터 해킹은 물론이고 일하는데 살아가는데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시가 잘못된 게 아니고 무분별한 파장과 질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젊은 기자님들!
앞으로 이 시대는 당신들이 바로 세우셔야 합니다.
기자님들 중에는 장래 대통령도 나오실 것이고 자녀분들도 모두 훌륭하게 성장해 세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질투로 인해 고통을 받으면 안 되겠지요.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합니다.
세파에 부화뇌동하지 마시고 정의롭게 새 시대를 만드시기를 간절히 당부드립니다. 열심히 봉사하며 최선을 다하며 살았는데 저처럼 억울한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다 알고 계시지요.

자아~ 모두 지난 이야기입니다.
인간사 모든 이의 잘잘못은 그들이 진정으로 고백하고 회개하면 용서해 주시라고 주님께 기도 올립니다.
이제는 새롭게 탄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한국의 지도자님들....
세상의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겠지요.
현명한 지도자님이시라면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혜안을 갖으셔야 한다고 봅니다. 열심히 소시민으로 사는 저희를 이제는 그만 풀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12월 31일

                                    *** 안경희 (유형)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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