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장편소설 "달빛(月光)"의 작가 안유형(본명 안경희 安景姬)의 홈페이지입니다.

Thursday, July 31, 2014

오랜만에 펜을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좀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자제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지난 3월 16일부터 5월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답니다.
무려 두 달 간이나.... 꽤, 긴~ 시간이었지요.
친척들과 지인들도 뵙고 모처럼 나이 드신 어머님과 함께 지내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래는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두루 둘러보고 또, 지방과 다른 곳곳들을 돌아다닐 계획이었는데 첫 달에 공식적인 바쁜 일정을 마치고 나자, 갑자기 세월호 사건이 나서 그만 광주에만 머물게 되었습니다. 연 2주 동안 TV에서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현장을 중계했지요. 저는 눈물만 짓고 마음이 몹시 아팠답니다. 어머님과 함께 분향소에 가서 국화를 헌화하고 돌아오는 발걸음도 무척 무거웠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습니다. 유족들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안타까운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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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한국에서 두 달 동안 제가 머문 곳이 광주이고 또, 언제나 연로하신 어머님과 함께 동행했기 때문에 제가 본 것들은 동전의 한 면에 지나지 않지만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에 오래 살면서 직접 운전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한국에서 버스와 택시를 타고 다니니 정말 좋았답니다. 더구나 버스 정류장에는 목적지와 차의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전자 게시판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의자까지 훌륭하게 갖춰 있었습니다.
대기 중에는 예전에 없던 미세 먼지가 날아다녔습니다. 새로운 공해가 생긴 거지요. 수시로 눈물 약이 필요했습니다. 곳곳엔 높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거나 짓고 있어 도시가 더 넓게 분포되어 있게 보이고 시골에서 많은 사람이 올라와서인지 인구가 매우 많아져 보였습니다.

백화점에는 서비스맨이 다가와 안내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쇼핑에 익숙한 방문객에게는 좀 불편했답니다. 그래도 한국인에게 맞는 좋은 상품들이 많았지요.

재래시장은.... 솔직히 저에게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싱싱하게 펄쩍펄쩍 뛰는 생선들.... 맛있는 떡, 뜨끈뜨끈한 순대.... 얼큰한 뚝배기 선지 순댓국! 커다란 다발에 3천 원씩 하는 마늘종이며 양파들....
특히,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국제 시장은 정말 인상적이었답니다. 자갈치 시장의 매콤한 꽃게 무침과 전어젓은 한동안 밥도둑을 만들었지요. 국제 시장에서 산 가방 달린 캐리어는 미국에 돌아올 때까지 든든한 저의 짐꾼이었답니다. 미국은 어느 상점에나 캐리어가 있고 주차장까지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광주의 양동시장과 무등시장도 걷기 운동과 찬거리를 사고 아이쇼핑도 하는 단골이었지요.

그 중, 에피소드 하나....
제가 2,000원 짜리 강냉이 튀밥을 사면서 이것저것 고르니 시장 아줌마 왈,
"원 세상에, 튀밥을 고르는 사람은 첨봤네!" 하시는 거예요.
아줌마의 싸~ 한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려 다섯 번이나 똑같은 곳을 찾아가 뒤적뒤적 골라 2,000원 주고 튀밥을 사서 먹었답니다. 물론 미국에 돌아오기 직전, 조그만 크림을 한 개 슬쩍 드렸지요. 주무시기 전에 손등에 바르시라구요~~~  아마 그 아줌마가 요즘에 제가 안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성공입니다. 저는 남에게 서운한 것은 꼭 푸는 성격이거든요~ . ^v^

가족들과 친지들께서도 참 잘해 주셨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광주에서 가까운 증심사, 선운사, 화순, 담양, 고창, 법성, 광주 도서관, 문화예술회관, 어머님 모교 등등 가까운 곳만 두루 다녔습니다. 원래는 제주도와 해남, 서울, 경상도 해안 부근을 어머님과 함께 거나 저 혼자서 다녀오려 했거든요.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기약해야 겠지요.

아 참! 저는 나잇살이 든 아줌마지만 예술가이기에 많이 보고 느껴야 하는 것을 천부적으로 타고 태어났습니다. 저의 움직임이 복잡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직 저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신 거랍니다~ . ^^
(ㅜㅜ, 억지로 독자님들께 자신의 분방함을 합리화 시키는 유형이, 아니 경희.... 걔가 원래 그래, 고집이거든~  )


좋은 경험, 보람있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 미시간에 돌아오니 원 저런, 이른 여름이 오고 있는 거예요! 봄도 없이요. 꽃들이 제대로 만개하지 않은 채, 지려 하고 있고 저 오기 전인 5월 중순까지 추웠다네요~ . 참 이상한 일이지요.

시차가 차츰 돌아오고 난 어느 날, 우연히 뽕나무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뽕잎은 누에가 먹고 자라고 뽕의 열매인 오디를 Mulberry라고 하지요. 인터넷 검색결과, 원~ 세상에.... 뽕나무가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깝게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일단, 열매를 따서 잼과 술과 효소를 만들고, 말려서는 가루도 만들고, 잎을 말려 가루를 만들고, 가지를 잘라 말린 후 볶아 차도 준비했습니다.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무법자를 무자비하게 공격해대는 극성 모기떼들과 싸워가면서요. (up~ ~ s...)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제 입가에 이상한 하얀 반점들이 생기는 거예요. 화장도 하얗게 들뜨고 차츰 번지는 것 같아 왜 그럴까 하고 분석했더니, 뽕나무를 휘감고 서식하는 독풀에 마치 뽕나무 열매인 오디와 똑같은 색과 모양을 가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오디인 줄 알고 함께 따서 먹었던 거예요.
으이구~  다행히 양이 적어서이지....
연고를 사다 바른지 꽤 지났지만, 부위가 좁혀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네요.
뽕에 잠시나마 미쳤던 댓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지요. (새들 먹으라고 적당히 할 걸....)
아 참! 저는 안익은 오디는 따지 않았어요. 근데 새들도 입맛을 아는지 까맣게 잘 익은 오디만 골라 먹드라구요~ . ^^
한동안 오디와의 전쟁을 끊고 엊그제 가보니 지난 비바람인지, 익어가는 한여름의 다사로움인지 오디는 간데 없고 뽕잎만 가지 채 무성~하게 드러져 있었어요. 특히 제가 좋아했던 흰색 뽕나무 잎에는 병충해가 입혀져 있어 안쓰러웠답니다.
오디야 안녕... 뽕잎과 가지는 첫서리 내린 후에 보자...
좀, 우습지요? 미국의 중소도시에 사는 50대 중반 아줌마의 삶이 이렇답니다~ .

7월은 이런저런 행사로 아주 바쁘게 지나가고 이제 8월이 옵니다.
인생은 계절이나 날씨와 같다고 하지요,
하늘에 구름이 끼었나 싶으면 화창하게 해가 내리쬐고, 겨울철 꽁꽁 얼었던 개울물이 봄철의 다사로운 산들 바람에 졸졸졸 소리 내어 흐르고....
존경하는 독자님들!
제 홈에 오시는 모든 분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늘~ 하시는 일마다 발전하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JUL 31, 2014

*** 유형 안경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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